티스토리 뷰

Golf

Golf : 캐디 / 전지적 캐디시점 에피소드

호화로운생활 2022. 10. 6. 23:00

안녕하세요.

 

오늘은 골프장 캐디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전직 캐디이자 골퍼이며 두 분야에 대해서 많은 의견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캐디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골퍼들 또한 잘못된 캐디를 만날 시 얼마나 힘들지를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 캐디 입장이 아닌 양쪽의 느낌을 다 반영하여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캐디의 일기

 

에피소드 1)

골프장 시즌이라 5일 연속 36홀(두 바퀴)을 돌고 있다.

몸이 아작 나는 거 같지만 매일 들어오는 현금을 너무 행복하기도 하지만 허탈함도 가득하다..

이렇게 벌어서 뭐 할련지..

시즌이라 그런가 머리(머리 올리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너무 힘들다.

둘이 초보면 둘은 90타는 무슨 80타는 치고 나서 초보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110타 치면서 옆에서 조언을 그렇게 한단 말인가.. 멀리건은 왜 당신들이 주는 건데.. 앞 홀 비었는데..

오늘도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는 나의 이름이 여러 번 반복된다.

가르치러 왔으면 자신의 볼은 그래도 쳐놓고 뭘 해야 할 거 아닌가.. 진행에 진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누가 봐도 유튜브로 배운 110 돌이 들이다.

멀리건도 110돌이들이 더 많이 친다. 멀리건 쳐서 보기 해놓고 나 이런 사람이야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앞 홀 비었습니다. 빨리 가세요. 진행 제대로 보세요." 이런 무전에도 나는 외친다. ㅇㅇ으로 볼!!!!!!!!!!!!!!!!

와이파이처럼 쏘아되는 초보들 그리고 가르쳐주러 온 110돌이 덕에 진행 무전도 타고 옆 홀 고객이나 캐디가

맞을까 볼을 겁나게 외친다. 나는 무슨 죄인가..

5시간이 정말 10시간 근무를 하는 것 같다.. 지옥 같은 하루였다.

 

에피소드 2)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손님과 라운딩을 함께했다.

고객들은 티 off시간을 딱 맞추고 티박스에 나왔다.. 앞팀은 그린 홀 아웃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과에서는 빨리 나가라며 무전이 온다..(나도 그러고 싶다고..)

시간이 없는 관계상 급한 마음으로 "바로 플레이하실게요. 좌우 오비 앞쪽 해저드 초입까지 200 오른쪽 소나무 넘기는 코스로 공략하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하면.."삼촌 몸도 안 풀고 한다고? 잘 안되면 삼촌 탓이야"로 시작한다.

네네 한다... 우여곡절 속에 출발하면 이미 내가 마음에 안들었는갑다..거리가 계속 길거나 짧단다. 초보냐고 묻는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내가 잘못되었을 수 있기 때문에 거리측정기까지 찍어줬는데도 거리가 맞지 않단다.. 속 탄다 속 타

자신의 거리측정기를 꺼내 들고 거리를 측정하고 샷 하는데도 내 탓이란다.."삼촌 아까 130이라메, 128 나오는데 삼촌 때문에 길잖아." 20m 오바해놓고 정말 어처구니없다.

프로도 1~2m는 맞추기 힘들다.. 자신들이 정말 대단한 선수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 한대 지어 박고 싶다.

그린으로 올라갔다. 오르막 훅라이 2컵 정도의 라이 었다. "고객님 오른쪽 훅라이 2컵 보입니다."

"삼촌이 맞춰 봐 봐, 버디 퍼트니까 신중하게 봐줘." 여전히 반말과 뽐새는 진짜 한대 지어 박고 싶다.

"예예! 잘 맞춰놓고 갈게요." 퍼팅라인을 봐놓고 뒤돌아 다른 고객에게 향하면서 고객을 응시하고 있었다.

땡겨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촌아 라이를 왜 이딴 식으로 보노?"

차마 고객님이 당기셨잖아요라고 말 못 하고 있는 와중에 고객은 퍼터를 던진다. 욕설을 퍼붓는다.

왜 이러는 걸까 나한테.. 너무 억울하고 울분이 터지는 하루였다.

 

에피소드 3)

바람도 선선하고 해도 적당하다. 최고의 날씨다. 고객만 잘 만나면 오늘도 무탈하게 넘어간다..

설레발이 잘못이었다. 올커버(모든 백에 클럽 커버가 있음)에 커버를 벗겨보니 4명다 초짜 티가 난다..

젊은 4명이 걸어온다.. 오늘도 나는 무전으로 달팽이관이 울리겠구나 생각했다.

"삼촌 저희 오늘 머리 올리는 날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꾸벅)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미리 이렇게 말을 하는 고객은 오래간만에 만나보는 거 같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서포트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시작하였다.

웬 말인가 공은 못 치지만 나가면 특설 티로 가자하고 공이 안 맞으면 제가 옮겨서 치겠습니다하고 앞으로 가서 치고

그린에서 시간이 좀 지체됐다 싶고, 뒷팀이 쳐다보고 있으면 연습 끝 하고 공 챙겨서 카트로 이동하는 모습에 감동..

어디서 공 배우셨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너가 좋으신 분들이었다.

진행이 빠르진 않았지만 배려해주신 덕에 나도 배려해서 충분히 멀리건도 쓰면서 연습하고 즐기고 가셨다.

오버피(캐디피 외의 팁)가 없어도 충분히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마치며..

골프장 캐디 입장 에피소드들을 풀어보았습니다.

찔리시는 분들도 몇몇 있으시겠죠? 남 탓하는 것은 골프 말고도 평소에도 좋지 않아요~!

재미나게 읽고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